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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나만의 자문위원회 만들기 - 1. 4개월의 회고

요즘 AI로 인해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앞으로도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 신앙적인 고민까지 섞여 있었고, 이 고민들은 이전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다 올해 5월에 AI로 나만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지금까지 4개월 넘게 운영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혼자 하기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나만의 위원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점검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왜 위원회를 만들었고, 어떻게 구성했고,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1. 왜 위원회였을까?

이전 회사에서 대표님과 주기적으로 1:1을 했었다. 한 번은 대표님께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들은 대답이 **“나만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결한다”**였다. 재무적인 것은 누구를 찾아가고, 기술적인 부분은 누구, 투자와 관련된 것은 누구를 찾아가는 식으로 자신만의 자문위원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참고해서, AI Agent마다 내가 기대하는 자문위원을 설정해 나만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이 아니라 AI였을까? 나에게도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AI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하나의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의 의견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고, 그만큼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조언을 구할 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어지는 것도 장점이었다.

2. 어떻게 구성했을까?

가장 먼저 한 일은 Claude에게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고민에 필요한 자문위원단을 추천해 달라고 했고, 추천받은 구성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4명의 위원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위원어떤 관점으로 보는가말투
소명 코치이 일이 나의 부르심에서 어떤 의미인가따뜻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시니어 엔지니어 멘토엔지니어로서 어떻게 영향력을 만들 것인가직설적이고 구체적이다
영적 지도자이 동기는 두려움에서 나왔는가, 부르심에서 나왔는가느리고 신중하다
실행 코치 (의장)목표를 이번 주에 할 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명확하고 실용적이다

위원회는 Claude Code 위에서 동작한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10~15분 정도 주간 체크인을 하고, 세션을 마치면 결과가 파일로 저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세션에서 위원회는 지난주에 내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알고 있고, 의장이 그것부터 먼저 확인한다.

운영 원칙도 함께 정했는데, 그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답을 주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라. 좋은 질문이 먼저이고, 내가 추천을 요청했을 때만 명확히 답한다.
  2. 의견이 갈리면 갈린 채로 보여라. 위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나의 몫이다.
  3. 한 주에 할 일은 3개를 넘기지 않는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떠안으려고 하면 의장이 잘라낸다.

위원마다 어떤 설정을 했고 파일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은 2편에서 자세히 다뤄 보려고 한다.

3. 무엇을 얻었을까?

4개월 넘게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얻은 것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3-1. 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넓어졌다

첫 주간 체크인에서 분기 목표 3개 중 하나를 6일 만에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표를 잊어버렸으니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원회는 이것을 목표가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신호로 보았고 그 목표를 보류했다.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있었다. 매주 관찰한 것을 기록하기로 한 습관을 2주 연속으로 잊어버린 것이다. 위원회가 그 습관의 목적을 다시 설명해 주었지만, 나는 ‘이해는 됐는데 여전히 안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그 습관을 지우기로 했다.

이런 기록이 4주 정도 쌓이고 나니 하나의 패턴이 보였다. 동료와의 1:1, 운동, 시험 예약과 같이 상대가 있는 약속은 모두 지켰지만, 혼자 기록하는 약속은 모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그 뒤로는 혼자 기록해야 하는 것을 줄이고, 상대가 있는 약속과 마감이 있는 일로 바꿔 나가고 있다.

3-2. 하나의 문제를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AI로 만든 위원회라고 하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내가 겪었던 예시를 한번 들어보면, 분기 목표 중 하나를 점수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위원회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점수는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지 실제로 달라진 상태를 말해주지 않고, 점수가 목표가 되면 점수를 올리는 데 마음이 쏠리게 된다는 이유였다.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을 때,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의 의견을 듣다 보니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3-3. 매주 실행할 것을 정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주간 체크인은 항상 이번 주에 실행할 것을 1~3개 정하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하지 못한 이유를 묻기보다 무엇이 걸림돌이었는지를 찾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기로 했던 시험 예약을 한 주 동안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예약을 회사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월요일 출근 직후로 시간을 정했고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결과보다 매주 따라가고 있다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매주 실행할 수 있는 크기로 할 일을 정하고 다음 주에 다시 확인받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 어떤 한계가 있을까?

4개월 넘게 운영하면서 느낀 한계도 있다. 크게 4가지이다.

첫째, 위원회는 먼저 찾아오지 않는다. 주간 체크인을 시작한 뒤로 9주 중에 5번만 진행했고, 회사 일에 에너지를 쏟느라 4주 동안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앞에서 상대가 있는 약속은 잘 지킨다고 했는데, AI 위원회와의 체크인은 내가 열어야 시작되기에 혼자 하는 약속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둘째, 겪어 본 사람의 조언이 아니다. 내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위원회는 내가 말해 준 것만 안다. 회사의 상황도, 나의 상태도 내가 설명한 만큼만 알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나에 대한 사실을 정리해 둔 개인 위키를 함께 사용하면서 보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넷째, 위원들의 의견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위원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느낌은 분명히 받았지만, 기록을 다시 살펴보니 위원들의 의견이 정면으로 부딪힌 적은 없었다. 이것은 내가 구성한 위원회가 서로 다른 영역을 맡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개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리

지금까지 왜 자문위원회를 만들었고, 어떻게 구성했고,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위에서 이야기한 한계가 있고 아직 4개월 정도밖에 운영하지 않았기에, 이 방법이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하던 고민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정기적으로 점검받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나만의 위원회를 한번 만들어 보길 바란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와 같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는 다른 엔지니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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